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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업·금융기관 뒤흔들 IFRS 15, 우린 준비됐나

by 산에사는꽃사랑 2017. 8. 5.

[기고] 기업·금융기관 뒤흔들 IFRS 15, 우린 준비됐나



보험 기준서인 국제회계기준(IFRS) 17에 대해선 관심이 급증했는데 기업수익인식 기준서인 IFRS 15에는 유달리 조용하다. IFRS 17은 몇몇 보험회사에만 적용되는 기준이고, IFRS 15는 모든 상장기업과 금융기관에 해당하는 기준서인데도 말이다. 적용 연도를 봐도 IFRS 17은 2021년에 도입되지만 IFRS 15는 2018년 1월 1일에 적용된다.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우리는 모두 손을 놓은 채 무방비 상태다. 


IFRS 15에 대한 도입 현황이나 준비에 대한 통계·설문조차도 이뤄진 적이 없이 깜깜하다. 왜 이렇게 관심과 준비가 부족할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IFRS 15라는 새로운 기준서가 과거의 기준서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큰 착각이다. 미국 코너그룹은 지난 5월을 기준으로 미국의 대형 상장기업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새로운 기준서에 대한 분석을 마친 기업의 최소 12%는 이 기준서에 따라 매우 중요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방위산업체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의 경우 수익은 5.7%, 이익은 12.7% 감소하고, 부채는 12%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같은 산업에 속해 있더라도 기업마다 영향의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가령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크게 영향을 받는다. 다른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작다고 자신의 기업에 영향이 작을 것이라고 속단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오해는 새로운 수익인식 기준서의 효과가 수익, 이익, 자산, 부채라는 회계 영역에만 국한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IFRS 15의 영향은 단순히 회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재무와 비재무, 심지어 영업 부문까지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임직원의 성과급이 수익이나 이익에 연동돼 있다면 새로운 기준서에 따라서 변동되는 수익이나 이익은 현재와 미래의 성과급을 변화시킨다. 부채비율이 증가함으로써 차입약정을 준수하지 못하게 돼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 


법인세나 부가세 납부금액이나 납부 시점도 바뀐다. 이는 기업의 현금흐름을 바꿔 자금수지 예산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절세를 위한 이전가격 전략을 새로 수립해야 할 수도 있으며 제품 단위당 수익금액이 변동돼 반덤핑 관련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민감한 정보가 공시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도 절실하다. IFRS 15는 시장이나 고객의 유형, 계약의 유형 등 범주별 수익뿐 아니라 유의적인 지급 조건과 거래가격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제품, 계약, 주요 고객 유형별로 수익을 구분해 공시하고 있다. 이는 정보이용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정보다. 


특히 IFRS 15의 적절한 적용을 위해선 계약 조건을 재검토하고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분석해 계약상 명시적 또는 암묵적인 수행의무를 식별하고 개별 판매가격을 추정해야 한다. 단순히 분석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 적절한 수익이 인식되지 않는다고 하면 영업전략을 새로이 수립하거나 현재의 계약을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현업부서와의 소통과 도움이 필수적이다. 변호사와 회계사 등 외부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외부감사인과의 토의가 반드시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 처리 방법은 한 번 정하면 계속 사용해야 한다. 지금 충분한 분석 없이 잘못된 회계 처리 방법을 선택한다면 기업은 이것 때문에 고통받을 수 있다. 6개월도 남지 않았다. IFRS 15, 당신은 준비가 되셨습니까.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