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산에사는 꽃사랑......
삶의 수레바퀴/좋은글들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by 산에사는꽃사랑 2017. 2. 8.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손 택 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내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 진한 만큼
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아득했으면
이토록 진한 향기를 가졌겠는가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
살을 부비면서도
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거지
허나 네가 갸륵한 것은
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
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손가락을 걸며
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
등을 맞댄 천리 너머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엿듣는 밤
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아



'삶의 수레바퀴 > 좋은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자, 지금  (0) 2017.02.10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0) 2017.02.09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0) 2017.02.08
배웅  (0) 2017.02.07
지울 수 없는 얼굴  (0) 2017.02.06